“한국교회의 반지성주의, 초기 교부 신학의 맥락에서 재조명해야”
기독인문학연구원(공동대표 고재백·최옥경)이 지난 2월 4일 저녁에 온라인(ZOOM)으로 새해 첫 ‘월의만나-독서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토론은 ‘기독교 사상과 철학의 만남, 한국교회 반지성주의에 대한 성찰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헨리 비텐슨의 『초기 기독교 교부』(CH북스, 2005)를 함께 읽었으며,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과 경희대 NGO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본(Bonn)대학교에서 석사와 철학박사를 받은 박성철 교수가 강연했다.
이날 강연에서 박성철 교수는 한국교회의 반지성주의 문제를 신학적, 철학적 맥락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박 교수는 초기 기독교 교부들의 신학적 전통을 돌아보며, 한국교회의 반지성주의가 신학적 근거 없이 형성되었음을 강조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신앙과 이성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지성주의, 신앙의 본질을 왜곡하는 문제
박 교수는 “한국교회 내에서 반지성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은 ‘초기 교부들은 신앙과 철학을 분리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라며, “초대교회는 철학적 사유와 이성적 성찰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신학을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현재 반지성주의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미국 근본주의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는 기독교 신학의 전통적 방향과도 거리가 멀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교회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지성적 접근을 거부하는 것은 단순한 신학적 오류를 넘어, 신앙의 본질을 왜곡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초기 기독교 교부들이 철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헬라 철학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매우 개방적이었다”며 “유스티누스는 기독교를 변증하기 위해 로고스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이레나이우스 역시 영지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리스 철학의 논리를 수용해 기독교 신학을 정교화했다”고 말했다. 특히, 알렉산드리아 학파를 대표하는 클레멘스와 오리게네스 등의 신학자들은 “철학은 신앙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도구”라는 입장에서 기독교 신학과 철학의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고 설명했다.
테르툴리아누스의 명제, 반지성주의 근거될 수 없어
한국교회 내 반지성주의적 논리를 정당화하는 주요한 근거 중 하나로 자주 인용되는 것은 2~3세기 교부 테르툴리아누스(Tertullian)의 명제다. “아테네가 예루살렘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라는 그의 질문은 철학과 신앙을 대립적 관계로 보려는 논리로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박 교수는 이에 대해 “테르툴리아누스가 이 명제를 주장했던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르툴리아누스는 신학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삼위일체론을 발전시키는 등 철학적 논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며 “따라서 그의 명제를 단순히 ‘세속 철학은 다 쓸모없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신학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테르툴리아누스의 ‘나는 불합리하기에 믿는다’라는 명제 또한 종종 신앙과 이성을 분리하는 논리로 사용되지만, 이는 당시 마르키온주의와 같은 이단적 신학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주장”이라며 “한국교회가 이런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특정 문장을 가져와 반지성주의를 정당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가 살 길: 평신도 중심의 교회 구조 개편
박 교수는 한국교회가 반지성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살 길은 목회자 중심의 교회 구조를 평신도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교회가 민주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개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평신도들의 교회 참여가 활성화되고, 교회의 권력 구조가 보다 수평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여전히 수직적 위계 구조 속에서 목회자의 권위가 절대화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반지성주의 역시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교수는 “교회 개혁은 단순한 행정적 변화가 아니라 신앙의 본질을 다시 정립하는 과정”이라며 “교회가 성도들의 신앙적 주체성을 존중하고, 다양한 신학적 관점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앙의 양심을 지키는 것이 신앙의 출발점
강연 후반부에서 박 교수는 신앙의 양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성도들은 자신의 신앙에 위배되는 가르침을 들었을 때 침묵하지 말고 이상하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신앙 양심에 위배되는 것을 보았을 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야말로 신앙생활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기독교 신앙과 철학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기독교 신학은 역사적으로 철학과의 관계 속에서 발전해왔다”며 “성경 자체도 당대의 철학과 언어 속에서 기록된 것이며, 기독교 신학은 철학적 질문과 논리를 통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답했다.
출처 : 주간기독교(http://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3263)
2025. 02. 17.
“한국교회의 반지성주의, 초기 교부 신학의 맥락에서 재조명해야”
기독인문학연구원(공동대표 고재백·최옥경)이 지난 2월 4일 저녁에 온라인(ZOOM)으로 새해 첫 ‘월의만나-독서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토론은 ‘기독교 사상과 철학의 만남, 한국교회 반지성주의에 대한 성찰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헨리 비텐슨의 『초기 기독교 교부』(CH북스, 2005)를 함께 읽었으며,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과 경희대 NGO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본(Bonn)대학교에서 석사와 철학박사를 받은 박성철 교수가 강연했다.
이날 강연에서 박성철 교수는 한국교회의 반지성주의 문제를 신학적, 철학적 맥락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박 교수는 초기 기독교 교부들의 신학적 전통을 돌아보며, 한국교회의 반지성주의가 신학적 근거 없이 형성되었음을 강조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신앙과 이성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지성주의, 신앙의 본질을 왜곡하는 문제
박 교수는 “한국교회 내에서 반지성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은 ‘초기 교부들은 신앙과 철학을 분리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라며, “초대교회는 철학적 사유와 이성적 성찰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신학을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현재 반지성주의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미국 근본주의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는 기독교 신학의 전통적 방향과도 거리가 멀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교회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지성적 접근을 거부하는 것은 단순한 신학적 오류를 넘어, 신앙의 본질을 왜곡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초기 기독교 교부들이 철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헬라 철학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매우 개방적이었다”며 “유스티누스는 기독교를 변증하기 위해 로고스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이레나이우스 역시 영지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리스 철학의 논리를 수용해 기독교 신학을 정교화했다”고 말했다. 특히, 알렉산드리아 학파를 대표하는 클레멘스와 오리게네스 등의 신학자들은 “철학은 신앙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도구”라는 입장에서 기독교 신학과 철학의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고 설명했다.
테르툴리아누스의 명제, 반지성주의 근거될 수 없어
한국교회 내 반지성주의적 논리를 정당화하는 주요한 근거 중 하나로 자주 인용되는 것은 2~3세기 교부 테르툴리아누스(Tertullian)의 명제다. “아테네가 예루살렘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라는 그의 질문은 철학과 신앙을 대립적 관계로 보려는 논리로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박 교수는 이에 대해 “테르툴리아누스가 이 명제를 주장했던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르툴리아누스는 신학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삼위일체론을 발전시키는 등 철학적 논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며 “따라서 그의 명제를 단순히 ‘세속 철학은 다 쓸모없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신학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테르툴리아누스의 ‘나는 불합리하기에 믿는다’라는 명제 또한 종종 신앙과 이성을 분리하는 논리로 사용되지만, 이는 당시 마르키온주의와 같은 이단적 신학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주장”이라며 “한국교회가 이런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특정 문장을 가져와 반지성주의를 정당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가 살 길: 평신도 중심의 교회 구조 개편
박 교수는 한국교회가 반지성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살 길은 목회자 중심의 교회 구조를 평신도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교회가 민주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개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평신도들의 교회 참여가 활성화되고, 교회의 권력 구조가 보다 수평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여전히 수직적 위계 구조 속에서 목회자의 권위가 절대화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반지성주의 역시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교수는 “교회 개혁은 단순한 행정적 변화가 아니라 신앙의 본질을 다시 정립하는 과정”이라며 “교회가 성도들의 신앙적 주체성을 존중하고, 다양한 신학적 관점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앙의 양심을 지키는 것이 신앙의 출발점
강연 후반부에서 박 교수는 신앙의 양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성도들은 자신의 신앙에 위배되는 가르침을 들었을 때 침묵하지 말고 이상하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신앙 양심에 위배되는 것을 보았을 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야말로 신앙생활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기독교 신앙과 철학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기독교 신학은 역사적으로 철학과의 관계 속에서 발전해왔다”며 “성경 자체도 당대의 철학과 언어 속에서 기록된 것이며, 기독교 신학은 철학적 질문과 논리를 통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답했다.
출처 : 주간기독교(http://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3263)
2025. 0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