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프로젝트: 기후위기 시대의 기독교 9] 기후위기와 교회의 생태적 회심


장윤재 교수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지구정원사 가치 사전』 필자

 

 마크 제롬 월터스의 『에코데믹, 끝나지 않는 전염병』(책세상, 2020)은 책의 원제목(Six Modern Plagues – and How We Are Causing Them)이 말하듯이 21세기 지구의 도시들을 강타하고 있는 기이한 새 전염병 여섯 가지를 추적한다. 광우병, 에이즈, 살모넬라, 라임병, 한타바이러스, 그리고 웨스트나일뇌염이 그것들이다. 

 

 광우병은 하나님께서 본래 식물을 먹도록 창조하신 동물에게 인위적으로 농축된 고깃가루와 뼛가루, 즉 “MBM”(meat and bone meal)을 먹인 결과다. 에이즈는 사람들이 ‘성병’이라 알고 있지만 사실 인간이 숲을 파괴하며 야생동물의 고기를 먹다 전파된 병이다. 살모넬라는 대규모 가축 사육 시설에서 남용하는 항생제의 내성(耐性)이 만들어낸 결과다. ‘제2의 에이즈’라고도 불리는 라임병은 깊은 숲속 동물들의 몸에 붙어있는 진드기가 사람을 물어 발생하는 병이다. 한타바이러스는 엘니뇨로 많은 비가 내린 곳에 생쥐 수가 급증한 후 찾아왔다. 나일강에서 발생한 웨스트나일뇌염은 ‘세계화’라는 인간 문명을 타고 순식간에 팬데믹이 되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 여섯 가지 무서운 신종 감염병들이 모두 ‘인간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코로나바이러스도 예외가 아니다. 그것 역시 ‘인수공통(人獸共通) 감염병’의 하나다. 주로 열대지방에 모여 살던 박쥐들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온대 지방까지 서식지를 넓혔다. 종간(種間) 접촉의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박쥐의 몸속에는 61종이 넘는 인수공통 바이러스가 있는데 이 중 하나가 인간에게 넘어왔다. 야심에 밤중에 박쥐들이 배트맨처럼 도시에 날아들어 인간을 깨물었을까? 아니다. 박쥐가 인간의 세계를 침범한 게 아니라, 숲을 파괴한 인간이 박쥐의 영역에 침입한 것이다. 

 

 책의 저자는 이렇게 생태적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새로운 전염병들을 ‘에코데믹’(Ecodemic), 즉 ‘생태병’ 혹은 ‘환경 전염병’이라 부르자 제안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바로 이 생태병, 환경 전염병이다. 최재천 교수(이화여대 에코과학부)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절대 인류를 멸종시키지 못하겠지만, 기후변화는 우리 중 마지막 남은 한 사람까지 다 찾아내 죽일 것”이라 경고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있다. 다윗 왕의 반지 안에 새겨진 문장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우리는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든 것이 멈춰 선 시간이다. 생계를 위해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하지만 이 사태도 결국은 잦아들 것이다. 보건 당국과 의료진의 헌신으로, 그리고 시민의 협력으로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post-COVID 19)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가? 어서 돌아가고 싶은 그 일상은 과연 ‘평범한’ 일상이었을까? 

 

 지금 우리의 아픔은 우리가 자초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재앙은 우리의 욕망이 만든 것이다. 매년 병든 닭을 10억 마리씩 소비하고, 5백만 마리의 가축을 이른바 ‘살처분’(殺處分)하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처럼 인간의 무한착취로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 북극의 빙하가 녹고, 북극곰이 굶주려 죽고, 남극 기온마저 영상 20도까지 치솟아 펭귄이 진흙투성이가 되는 세상에서 감염병은 ‘새로운 일상’(new normal)이 될 것이다. 고(故) 김종철 선생의 말처럼, 우리는 하루도 편할 날 없는 ‘항구적인 비상상황’ 안에 살게 될 것이다. 물론 코로나 19는 결국은 물러갈 것이다. 분명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앞으로 더욱 무서운 전염병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 온 세상이 멈춰버린 지금의 이 시간은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간이다. 회개의 시간, 은총의 시간, 즉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사도 바울은 로마에 있는 교회에 서신을 보내면서, 이 땅의 모든 피조물이 썩어짐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가 누릴 영광의 자유를 바라보며 함께 해산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 피조물이 고대하는 바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는 것이니... 그 바라는 것은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 노릇 한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는 것이니라.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로마서 8:18-22)

 

 바울은 지금 창조세계 전체를 바라보고 있다. 그 안에서 인간과 함께 탄식하며 산고(産苦)의 진통을 겪으며 장차 올 영광을 기다리는 모든 피조물을 본다. 아담의 죄로 인해 아무 잘못이 없는 땅이 저주를 받았다.(창세기 3:17) 그러므로 죄의 지배가 끝나고 하나님의 영광이 임하는 날은 단지 인간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세계 전체에게 기쁜 소식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바울은 이렇게 말한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린도후서 5:17, 개역개정) ‘누구든지’라고 했다. 우리는 보통 ‘누구든지’ 안에 남자와 여자, 백인과 흑인, 부자와 가난한 자 등 모든 인간을 포함하지만, 바울에게 ‘누구든지’는 인간만이 아니다. 산천초목과 우주만물이 다 포함된다. 그 모든 존재가 ‘그리스도 안에’(en christo)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kaine ktisis)이 된다는 선포다. 그것이 바울의 창조신앙이다. 

 

 이 고통의 시간이 끝난 후 우리는 과연 달라질 것인가?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한착취가 극에 달한 지금의 상황이 달라질 것인가? 야생동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인간의 생활공간으로 넘어 들어오고 인간을 숙주(宿主)로 삼아 진화를 거듭하는 바이러스들이 인류의 존재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이 세상은 과연 달라질 것인가? 

 

 이제는 모든 게 바뀌어야 할 때다. 뿌리부터, 근본까지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종래의 제도와 관행 그리고 생활 방식 나아가 신앙습관으로는 더는 살 수가 없다. 인간의 깨달음이 왜 이리 처참한 비극을 겪은 다음에야 오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는 이 통절한 깨달음에 담긴 메시지를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회개해야 한다. 거듭나야 한다. 새로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어야 한다. 인간만이 아니라 온 피조물이 – 인간의 학대로 수난당하는 동물들이 특히 - 지금의 이 “썩어짐의 종 노릇 한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러야 한다. 

 

 정교회의 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Ecumenical Patriarch Bartholomew)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을 이렇게 성찰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생태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이 세상을 바라보고 존중하는 태도의 위기입니다. 우리는 지구를 창조주 하나님의 선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지구를 무신론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누군가 “태도다 본질”이라고 했다. 태도는 형식이나 겉모양이 아니다. 그것은 속마음이고 내용이다. 지금 우리의 위기의 본질은 ‘무신론’의 위기다. 지금 이 기후위기의 본질은 ‘무신론’의 위기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생태병, 환경 전염병의 본질은 ‘무신론’의 위기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더라도 하나님께서 사랑으로 지으시고 창조의 하루마다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시며 우리에게 “지키고 돌보라”(창세기 2:15) 맡기신 지구를 선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는 ‘명목상’ 그리스도인일 뿐이다. 사실상 무신론자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 물어야 한다.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대해 우리가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이 아름다운 주님의 세계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로 주신 선물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바로 기후위기 시대 교회의 ‘생태적 전환(회심)’이다.

 

- 프로젝트: 기후 위기 시대의 기독교 ; 생태신학 녹색교회 생명목회를 위하여 - 

- 공동주최: 기독인문학연구원-이음사회문화연구원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 에이치투그룹 주식회사

- 후원 및 연대기관: 주)천일식품 ·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 · 비블로스성경인문학연구소


출처: http://www.gdknews.kr/news/view.php?no=11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