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프로젝트: 기후위기 시대의 기독교 12] 강아지 키우는 엄마 설교자의 생태 실천신학 이야기

강호숙 박사

기독인문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생태위기와 기독교』 공동 저자



들어가는 말


필자는 강아지를 키우는 두 딸의 엄마로서, 신학 연구와 설교를 병행하며 분주하게 살아가는 여성 신학자다. 교회사역을 하거나 신학 연구와 설교를 할 때, 남성 목회자나 남성 신학자들이 당연히 누리는 여유가 부러웠다. 왜냐면 남성 목회자의 시간표와 ‘성(聖)과 속(俗)’의 이분법에 따라 움직이는 남성 중심의 교회 문화에서는 여성 신학자가 가사 일을 병행하면서 사역과 연구, 설교해야 하는 불리함과 고단함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남성들의 독무대로 장착되어 있어서, 여성 설교자의 시간과 사역 환경의 출발선은 매우 불리하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생태 위기의 문제가 곧 인간의 위기요, 일상의 문제임을 절감하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생태 신학의 중요성을 인지한 후에는, ‘성과 속’을 구분하는 기존의 남성 중심의 목회로는 유기적인 삶의 자리와 인격적인 돌봄, 유기체, 그리고 모든 생명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신비를 드러내는 생태적 목회와 생태적 설교는 어렵겠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보수 교단 내 여성 실천신학자로서 생태 신학과 실천신학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중에, 유기체와 전체론을 지향하는 생태 신학과 실천신학의 학문적 태도에서, 인간 주체의 경험과 실천 요소가 공통으로 요구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해서 이 글은 강아지 키우는 엄마 설교자로서의 생태 감수성과 교회의 유기체에 대한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회복과 공존을 위한 생태 실천신학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생태 감수성과 유기체 교회


강아지랑 살기 이전에는 인간의 통치권을 강조한 전통 신학에 머물러 있다 보니, 자연에 순응하면서 자연과 함께 창조주의 숨결을 감지하는 따뜻한 신학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강아지와 함께 살아가면서 초월적인 하나님에 대한 위압감보다는, 하나님의 창조 안에 담긴 따뜻한 사랑과 친밀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강아지를 돌보면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소중함, 생명의 신비와 생태적 감수성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17세기 교육가요, 실천신학자인 요한 코메니우스는 모든 것들을 유기적으로 연결된 ‘범지혜’로 보았다. 그는 강이 여러 방향으로 갈라져 흐르는 것처럼 인간 속에서, 그리고 인간을 통하여 하나님의 지혜와 성령의 은사들을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범 조화의 과제를 언급하였다. 고린도전서 12장에서도 ‘교회의 유기체’가 잘 드러난다. 바울은 각 사람이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로서, 성령의 뜻대로 각자의 은사에 따라서 연합해야 할 존재로서 표현한다. 각각은 전체를 위한 부분으로 위아래 없이, 함께 고통받으며 함께 즐거워하며 친교를 나누는 지체들이며(고전 12:26), 서로 마음을 같이 하여 돌보는 유기적 공동체이다(고전 12:25). 이런 유기적 공동체에서는 종속과 차별, 배제와 혐오보다는 공존과 평화, 연대와 돌봄의 공간으로 충만하다. 



생태 신학과 실천신학의 만남: 생태 실천신학의 세 가지 지향


생태 신학과 실천신학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필자는 이를 위해선 세 가지 지향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 번째는 ‘옆으로 관계의 신학 지향이다. 이는 생태신학자 보프가 “생태 신학은 모든 존재의 자율성과 상대성, 공존과 상호 의존성을 긍정하는 ‘옆으로의 신학’”이라고 한 데서 빌려왔다. 하지만 작금의 실천신학은 목회학을 보더라도, 대부분 목사를 위한 기능이론에 머물러 있으며 목회자와 성도 간 위. 아래 관점으로 고정되어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사랑과 생명의 은혜로부터 나오는 자유와 정의, 공존과 평화가 이뤄지기 위해선, 여성과 남성의 관계부터 옆으로의 신학 지향으로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옆으로의 신학은 자연과 타자(특히 여성)를 불러내어 ‘함께 가는’ 관점이요, 강자가 약자를 섬기는 ‘전복적’ 관점이요, 인간과 자연 세계의 존재 의미와 목적, 그리고 하나님의 신비와 성령의 역동성을 경험하도록 돕는 신학적 인식의 창이라 할 수 있다. 옆으로의 신학이 회복될 때, 눌리고 차별받아 온 하나님의 모든 피조물로부터 사랑과 기쁨, 자유와 감사의 찬양이 터져 나오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경험 주체의 신학 지향이다. 신학이란 신을 만난 인간 주체의 경험 학문이다. 인간의 삶은 생태적 환경 속에서 하나님, 인간, 자연이라는 수많은 관계의 양태 속에 시간과 재능, 그리고 에너지로 얽히고설킨 경험의 각축장이다. 하지만 교회의 설교이론이나 목회이론은 남성 목사의 신앙적 경험에 국한되었고, 여성과의 동등한 관계는 깨져버렸다. 하지만 교회 과반수를 차지하는 여성의 신앙과 돌봄의 경험, 그리고 생태적 일상은 하나님의 돌보심에 참여하는 실천이다. 따라서 여성을 경험 주체로서 세우는 관점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세 번째는, 생태여성주의 영성의 지향이다. 남성 목회자들은 기도하는 것과 말씀 전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한다는 자리매김 속에서(행 6:4), 여성과의 관계와 일상의 경험을 적절히 원용하지 못함으로써, 사회와의 가교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데 실패하였다. 그런데 생태 여성 신학자인 류터는 생태 위기를 일으키는 다양한 지배 형태들 즉, 성, 계층, 인종 차별, 신식민주의 및 기업 세계화 등에 대한 저항의 영성을 언급하였다. 따라서 교회가 불의와 불평등, 차별과 착취에 의한 사회 부정의와 생태 부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평 관계적이며 공감과 보살핌을 중시하고, 직관과 감수성을 지닌 생태여성주의 영성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생태 여성적 목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목회, 친환경적 목회가 필요하다


생태적 목회란 생명의 존엄과 남녀를 포함한 모든 존재와의 공존을 도모하며, 인간의 실존적인 고뇌와 아픔을 치유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불의와 차별에 저항하면서도 관용과 사랑을 잃지 않으며, 절제와 소망 가운데 친환경적인 삶을 살도록 독려하는 목회라고 할 수 있다. 생태적 목회에 적용할 첫 번째는 교인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여성 주체의 경험과 필요를 반영하고 활용하는 생태 여성적 목회이다. 기업 세계화와 가부장제는 여성 억압과 자연 파괴를 가속화 하였다. 따라서 여성 친화적 목회는 남녀파트너십과 여성리더십, 성인지감수성과 생명윤리, 성폭력과 기독교 성 윤리, 여성 일상의 경험과 신앙적 삶, 그리고 젠더 문제와 젠더 정의에 관심을 기울이는 목회를 포함해야 한다. 두 번째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목회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천만 명 시대에 돌입하면서, 반려동물 축복 예배나 반려동물 장례예배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므로 동물의 생존권을 지켜주며 동물과 교감하며,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목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친환경적 목회로서, 지구 치유를 위한 일상의 가사노동과 쓰레기 분리수거 작업, 절제된 생활 습관과 재활용 방법 등을 염두에 두는 목회이다. 아무쪼록 교회가 생명을 지켜주고 돌보며,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하며 연합하는 유기적인 공동체로서의 모범을 보이고, 생태 위기 극복과 지구 치유를 위해 힘쓰는 생태 실천신학에 관심을 가져보길 희망해본다.



- 프로젝트: 기후 위기 시대의 기독교 ; 생태신학 녹색교회 생명목회를 위하여 - 

- 공동주최: 기독인문학연구원-이음사회문화연구원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 에이치투그룹 주식회사

- 후원 및 연대기관: 주)천일식품 ·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 · 비블로스성경인문학연구소


출처: http://www.gdknews.kr/news/view.php?no=1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