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주원규/"목회자의 이중직,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주간기독교


강동헌 감독 《기도하는 남자》, 이한 감독 《완득이》


목회자의 이중직의 이야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정을 꾸리는 목회자의 현실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목회자가 사역에 전념하지 않는 것이 성경적인지를 논하는 교리적 이야기까지. 이렇듯 목회자의 이중직 논의는 현실적 문제와 성경에서의 논쟁, 이 두 가지 요소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 뜨거운 감자처럼 대두된 것이다.

이러한 개신교 목회자의 현실을 세속세계, 특히 매체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세속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목회자 혹은 성직자의 모습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희망하는 개신교 목회자의 모습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은 오늘의 한국 교회를 돌아다보는 성찰 기제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겠다. 하여 두 편의 목회자를 다룬 영화를 살펴보며 현실론과 교리,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본 이중직에 관한 의미 살핌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살펴볼 영화는 2020년에 개봉했던 저예산 상업영화인 《기도하는 남자》다. 이 영화는 지독한 가난의 현실과 그 현실을 이상적인 교리와 종교성으로 무장한 투철한 신념으로 이겨내야만 하는 목회자의 힘겨운 사투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전체에 걸쳐 중심 메시지에 갈음하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는데, 그 질문이 무거운 여운을 남긴다. ‘존경받는 목사는 과연 종교인과 행동이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비교적 젊은 목회자 태욱(박혁권 역)은 신도 수가 서너 명에 불과한 작은 개척교회의 담임목사다. 태욱의 올곧은 성품과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생각하는 투철한 예수 사랑을 보다 자세하게 배워보고자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는 아내와 두 딸, 거기에 지병을 앓고 있는 장모까지 건사해야 하는 가장의 의무도 함께 가지고 있다. 교회 운영이 개척교회인 탓에 태생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밀린 임대료 때문에 건물주를 피해 다녀야 하는 수모도 겪지만, 또 한편에서는 주변 지역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헌신적으로 돕는 등 투철하고 확고한 신앙심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시련이 태욱의 투철한 신앙심을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장모님의 간이식 수술비 5천만 원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현실이 태욱을 짓누르고, 거기에 기름을 쏟는 일이 벌어지는데, 바로 과거 태욱의 부인을 짝사랑했던 신학교 후배가 아내에게 추문을 던지는 추태를 보인 것, 그리고, 태욱 자신이 그토록 경멸했던 대형교회, 아버지 담임목사의 후광을 힘입어 단숨에 부목사가 된 친구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돈을 부탁해야 하는 수치도 겪어야만 했다.

그렇게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가게 된 태욱은 결국, 참고 참다가 신을 향한 증오가 치솟아 십자가를 던져버리고 만다. 얼핏 보면 어리석어 보이고, 시험에 든 것처럼 보이지만, 막다른 곳에 다다랐을 때, 쏟아낸 개척교회 목사의 슬픈 절규가 오늘 다수의 작은 교회를 섬기고 있는 다수의 목회자가 보일 수 있는 현실적 문제이기에 더 아프고 진지하게 다가왔다.

영화 《기도하는 남자》를 통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중직을 논할 경우, 교리적, 현실적 근거나 자료를 앞세워 말하기에 앞서 목회자 역시 현실에서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할 가장이란 사실과 가장이라면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목회자는 교회에서 지급하는 사례비를 통해 살아야 하지 않느냐는 답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답이 아니다. 신도 수가 서너 명에 불과한 교회에서 사례비를 어떻게 기대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때의 이중직은 필연적인 목회자 가족의 삶의 문제에서 가족 살림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한다.

첫 번째 영화가 이중직의 현실론에 관한 냉정하고도 극단적인 가정법을 사용했다면, 두 번째로 살펴볼 영화는 교회의 사회적 역할과 이중직의 좋은 선례를 남긴 영화로 회자되고 있다. 청소년 소설로 이미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2011년작 영화 《완득이》다.

외국인 근로자와 혼혈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여전한 차별적 시선과 편견에 맞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완득(유아인 역)이란 혼혈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 그의 멘토가 되어주는 근처 학교의 교사 동주(김윤석 역)가 등장하는데, 그 교사는 가르치는 직업 외에 교회 전도사라는 직함도 가지고 있다.

완득의 담임선생님으로 등장하는 동주는 자립이 어려운 이주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동주는 자신을 교회 전도사라고 소개하며 동네의 작은 교회를 운영한다. 그는 예배당을 이주 노동자를 위한 쉼터로 아예 통째로 제공하기도 하고, 교회 내 외국인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완득이의 어머니를 찾아 주기도 한다. 술과 담배를 서슴지 않는 그가 운영하는 교회를 두고 ‘사이비’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동주는 거리낌 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밝힌다. “교회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니까. 나, 전도사 맞아”라고 말이다.

영화 《완득이》를 통해서는 교회의 이웃 사랑 실천은 주인공 멘토의 직업인 교사란 직업과 적절하게 어울리며 무리 없이 진행되는 걸 볼 수 있다. 이 경우 목회자의 이중직으로서의 교사는 아직은 복음을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 교화와 이미지 개선의 효과를 도모할 수 있는 촉매제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목회자의 이중직이 결과적으로 복음 전파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어떤 선택이 최선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사회가 개신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고, 개신교 목회자의 이중직에 관해 다시금 현실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가 이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의미 있는 해법을 기대해 본다.

2024. 11. 11.


출처 : 주간기독교(http://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3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