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로젝트: 기후위기 시대의 기독교] 영성으로 일구는 '탄소제로 녹색교회'


영성으로 일구는 '탄소제로 녹색교회'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살림'센터장)


*본 글은 '필자와 <주간기독교>의 허락을 받아 공유함을 알려드립니다.'

*출처 : 주간기독교(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1271)


최근 들려오는 기후위기에 관한 각종 지표와 현상들이 우리를 숨 막히게 한다. 북극의 빙하가 빠르게 침식되고, 시베리아의 산불로 탄소배출이 크게 늘고 있으며, 아마존의 우림은 잦은 가뭄에 시달리고 산호초는 대규모로 폐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홍수와 폭염 등 기후위기의 경고등이 수도 없이 켜졌다. 게다가 아직 우리는 코로나라는 어두운 터널을 건너고 있다. 하지만 두려움과 불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제된 멈춤이 주는 기대감으로, 태초에 하나님이 불어넣으신 첫 숨을 기억해, 각자 제 숨을 회복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멈추어 제 숨을 쉬면, 눈이 밝아져 걷고 있는 길이 ‘죽음’의 길인지 ‘생명’의 길인지 분별할 수 있다. 가까이 있는 자연을 찾아가 ‘좋다, 참 좋다’ 하고 경탄하다 보면, 상처 입은 지구의 한 부분이겠지만 그곳을 ‘좋다’ 여길 때에라야 창조주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지구에 지운 무거운 짐도 볼 수 있다. 하나뿐인 지구를 무려 3.5개나 소비하면서도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다. 그러한 자신을 보고 부끄러워할 줄 알게 되어, 필요 이상으로 탐하고 있는 것을 덜어내려 애쓸 것이다. 하늘 나는 새들이 먹고 입고 거하는 것 – 즉 새들의 둥지가 새끼를 키울 만큼만 주변의 진흙과 풀, 나뭇가지만 이용하여 지어지고, 옷은 자신의 털 한 벌뿐임을 오랫동안 바라본다면,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창조 안에 오래 머물면 신음하는 피조물들이 하나님의 자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고, 그들이 겪는 고통의 원인도 제대로 분별해내는 지혜도 얻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영적 가슴(heart)이다. 영적 가슴은 자신의 몸과 마음(영혼)이 수많은 생명과 공명할 수 있게 하는 영성으로, 자신의 영혼을 살펴 무언가 할 수 있게 이끌어준다. 팬데믹과 기후위기 시대를 영적 가슴으로 산다는 건, 날마다 창조의 선물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창조물을 돌보고, 우리 가운데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생태 정의를 위하여 함께 행동하도록 안내할 것이다. 그 위에서 의식적으로 하나님의 도움과 인도를 요청하는 중보기도를 드린다면, 위기를 두려움이 아닌 사랑으로 마주함으로 지금껏 좇던 ‘풍요와 편리함, 성장’에서 돌아서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다행히 사람들은 같은 공기, 같은 물을 마시며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시적 두려움에 따른 것이라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의식하게 하는 훈련을 하면 다른 삶, 다른 세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훈련은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생명의 필요를 채우는 생활영성을 말한다. 우선은 창조세계 안에서 말씀을 묵상한다. 창조의 부르심을 듣고 응답하게 하는 성서구절을 묵상한다면, 생태환경 문제를 신앙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때로는 창조세계의 풍성함을 드러내는 곳에 직접 서거나, 그를 느낄 수 있는 사진 한 장이나 사물을 보면서 침묵으로 묵상하고 서로 나누는 것도 좋다. 그러한 순간을 반복하면, 우리는 서서히 자신의 필요를 넘어 가난한 자와 후손, 그리고 다른 생명의 것까지 앞당겨 사용하여 지구를 지속 불가능하게 했음을 깨달아 돌아서게 하는 기회의 시간을 갖게 해줄 것이다.

“이제 모든 짐승에게 물어 보라 그것들이 네게 가르치리라 공중의 새에게 물어보라 그것들이 또한 네게 말하리라 땅에게 말하라 네게 가르치리라 바다의 고기도 네게 설명하리라”(욥 12:7~8) 변화하는 계절에 맞춰 ‘계절(자연)에 말 걸기’하는 시간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숲길, 물길, 마을 길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함께 사는 생명 안에 계신 하나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교회 안과 밖에 미니정원(텃밭, 화단, 모퉁이 숲)을 만들어 마을 숲과 연결하여 누리는 것도 좋다. 이 땅에 있는 최소 10가지 이상의 이름은 알고 사랑의 교제를 나누는 것, 교우 가정은 물론 교회의 수목을 지정하여 지키고 돌보는 것은 하나님의 정원으로서의 지구를 복원해가는 데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앙의 절기를 따라 하는 훈련은 효과가 높다. 사순절에는 매일매일(혹은 주간 단위로) 탄소금식 캠페인을 통해 묵상 중에 탄소배출을 줄이고, 대림절에는 만물의 화해자로 오신 주님을 기쁨으로 맞이하며 묵상하고, 9월 첫 주일 이후 대림절이 오기까지는 창조절로 지키며 생명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사랑의 교제를 나누기에 딱 좋다. 세계환경의 날이 있는 6월에는 환경주일로 지키며, 함께 목소리를 내며 행동하는 시간을 가져볼 일이다. 좀 더 적극성을 띤다면 한 달에 한 번 첫 주일이나 그달의 환경기념일 즈음에 그 의미를 살려 창조의 때에 맞는 지구(묵상) 주일 예배를 드리는 것도 좋다. 관련된 장소를 직접 찾지 못해도 교회 주보나 예배 전 전체 스크린을 통해 자연스럽게 묵상할 수 있게 하고, 기도하도록 안내만 해도 사람들의 마음과 태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실천을 강조하려면, 주제에 맞는 물건을 하나씩 정해 ‘지구를 위해 없이 지내는 주일(주간)’을 진행하거나 ‘크리스챤 어스 아워(Christian Earth Hour, 지구를 위한 시간)’ 캠페인을 따라 지구를 위한 기도를 하게 할 수도 있다. 그달 그달의 환경력에 맞는 주제를 알려 매일매일 기도하고 행동하되, 마지막 주 금요일 8시에는 15분씩 서로서로 존중하며 지속 가능한 세상을 향한 기도를 드려보자.

기후 재앙의 시대 우리가 살길은, 위기를 분명히 하고,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보다 앞서 기도하시는 성령님과 더불어 기도하는 데 있다. “아직도 알지 못하며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마음이 둔하냐”(막 8:17) 하시는 주님 음성에 깊이 귀 기울이며 감각을 깨워보자. 주님은 지금도 “너와 네 자손이 잘 살기 위하여 생명을 택하고”(신 30:19)고 부르고 계신다. 특히 창조 이전부터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서 이미 계획하시고 예정하신 공동체인 교회 공동체를 부르신다. 창조의 부르심으로, 그에 합당하게 행하는 교회는 창조세계 – 곧 사람만이 아니라 동식물은 물론,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 그리고 온갖 것들을 내는 땅까지도 살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있는 ‘하나님의 거룩한 씨앗(하나님의 형상), 생명의 마음’을 발견하게 하고 그를 성장시키게 도울 것이다.

그러한 교회라면 기후위기를 함께 마주함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분별력 있는 행동을 할 것이다. 신음하는 동료 피조물을 생각해서라도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옛 습관을 버리고 새들처럼 가볍게 살기 위해 교육하고 훈련할 것이다. 비록 거대한 기후위기의 풍랑이 두려울지라도 담대히 물 위를 걸으라 하시는 주님을 의지하기에, ‘2030년 온실가스 50%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을 과감하게 목표로 삼아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이루어가는 힘찬 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교회가 앞장서 탄소중립에 동의하고 행동한다면 미래는 덜 절망적일 수 있다. 시대를 분별하며 생활방식, 이동수단, 소비방식을 바꾸며, 지금껏 배출해놓은 탄소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결심하고 선언해보자. 그리고 팀을 구성하여 스스로 배출하는 탄소량을 측정하는 저울 위에 올라가보자. 전력소모량과 온수 및 난방연료의 종류와 사용량, 각 교통수단의 운행거리, 쓰레기 배출량 등을 살펴 그 의미를 분석해본다면 교회와 성도들이 책임져야 할 탄소 배출량과 그 출처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2030년까지 교회가 줄일 수 있는 배출량은 어느 정도고, 그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얼마고,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자원과 노력은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목표에 이르는 진행 과정을 측정할 척도는 무엇이고, 순조로운 진행은 누가 보장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계획을 세우고 부단히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늦으면 돌이킬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지금 조금 불편하고 고통스럽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자녀 된 우리가 마을에서 자신이 속한 교회와 더불어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구를 바라보게 되길 소망한다. “지구를 사랑함으로 내 제자임을 보이라, 지구는 물론 기후약자들이 네 이웃이니, 겨울에는 따듯하게 입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입어라. 음식을 절제하고 육식을 덜 먹어라. 물건을 사는 것과 쓰레기 버리는 것에 신중해라. 웬만한 거리는 차가 아니라 자주 걷고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즐겨라. 나무는 쓰는 것 이상으로 심어라. 그것이 지구 사랑의 온도 1.5도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고, 네 이웃을 사랑하는 길”이라고 말씀하시는 주님 음성을 함께 듣고 함께 행하게 되길 소망한다. 단 한 사람도 이미 늦었다고 포기하지 않도록 한마음으로 연결되어, 지구와 기후 약자들을 이웃으로 사랑함으로, 먼 훗날 창조주 하나님 앞에 바로 설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2021.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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