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로젝트: 기후위기 시대의 기독교] 그들이 말해주지 않은 것


그들이 말해주지 않은 것

김신영 (기독교환경교육센터 부소장)


*본 글은 '필자와 <주간기독교>의 허락을 받아 공유함을 알려드립니다.'

*출처 : 주간기독교(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1877)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에 대해 말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기후변화는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 미국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선진국의 2만 3,525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세계경제 위기, 가짜 뉴스 등에 대한 위협 정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기후변화가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쏟아지다 보니 기후변화를 식상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생기고 있다. 기후변화는 마치 ‘세계경제’처럼 손에 잡히지 않고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 막연한 개념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개인의 노력으로는 막을 수 없는 거라 생각하며, 나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여기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그래프와 표가 말해주지 않는 것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는 주로 숫자로 구성된 표나 그래프를 통해 주로 표현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1.5도 상승, 탄소 농도 450ppm, 전 지구 연평균강수량 약 5~10% 증가, 21세기 말 전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 현재 대비 약 1.4~3.7℃ 상승, 극한강수의 발생일수 약 1.5배 증가. 그런데 수치화된 자료들이 보여 주는 정보에는 항상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함께 존재한다. 숫자를 통해 간단하게 처리되어 정리된 정보는 무엇을 포함하고 무엇을 배제하고 있을까?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는 누구이며 이것을 소비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이런 질문을 가지고 우리에게 객관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수많은 기후변화 관련 정보들을 볼 때 우리는 기후변화의 정치적 차원과 만나게 된다. 우리 앞에 놓인 다양한 데이터가 보여주지 않고 있는 불편한 진실들을 밝혀내기 위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보아야 한다.



영구 동토층

우리는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모델들에 대한 자료와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에 대한 로드맵 등을 어렵지 않게 구해 읽을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나라만 보아도 에너지, 수송, 건설 등 다양한 영역의 탄소중립 계획을 세워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예측 모델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영구 동토층이다. 영구 동토층은 여름에도 녹지 않고 2년 이상 토양이 0도 이하로 유지되는 곳으로 약 100만 년 전부터 생성된 땅이다. 영구 동토층은 북반구 육지 면적의 1/4을 차지하며 1조 5000억 ~ 8000억 톤의 탄소를 함유하고 있다. 현재 대기 중에 존재하는 탄소가 약 8000억 톤임을 감안할 때 엄청 많은 양이며, 1850년 이후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된 탄소의 3배에 달한다. 또 북극해 아래에 묻혀있는 영구 동토층은 600억 톤의 메탄과 5,600억 톤의 유기탄소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영구 동토층이 현재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방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학은 아직 충분히 파악되지 않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지구 온난화 1.5℃에 관한 특별 보고서’를 비롯해 대부분의 지구 시스템 모델 혹은 통합 평가 모델, 심지어는 전 지구 탄소배출 예산편성에도 영구 동토층의 탄소배출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그만큼 우리가 접한 정보는 매우 보수적으로 생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의 판도라

영구 동토층에서는 메탄과 탄소만 방출되는 게 아니다. 동토층 내부에는 라돈을 비롯하여 1950년대 이후 구소련이 러시아 북서부 해안에서 실시한 핵실험으로 인해 생긴 다양한 방사성 물질, 그리고 산업화 이후 발생한 화학물질도 들어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구 동토층에는 죽은 식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긴 수은이 저장되어 있는데, 그 양이 약 1억 2000만 리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영구 동토층이 사라진다는 것은 이 모든 유해 물질들이 대기와 해양으로 유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고대의 미생물이나 바이러스의 출현을 예상하는 연구들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영구 동토층의 해빙은 예측 모델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언급해야 할 것은 기후변화로 일어나는 여러 작용은 연쇄작용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지만, 현재의 기후 예측모델들은 그러한 연쇄작용의 메커니즘을 충분히 통합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활동과 탄소배출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자료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 또 있다. 측정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영구 동토층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하게 추정하는 것이 제한된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군사활동으로 인한 탄소배출은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의도적으로 축소되거나 반영되지 않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도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는 자발적 선택사항으로 남겨두었다. 미국 환경단체 OCI(Oil Change International)의 슈테판 크레즈만(Stephen Kretzmann)은 “우리가 기후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려면 탄소배출을 완전하게 측정해야 하며, 정치적으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군대에서의 배출량을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군사활동으로 배출되는 탄소도 결국 우리 지구의 대기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이나 직간접 군사활동으로 인한 배출을 추적하고 보고하기 위한 시스템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국방부는 2020년에 온실가스 배출량 수치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우리나라의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기준 약 388만tCO2eq(탄소환산톤)에 달했는데 공공부문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의 대상인 783개 공공기관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이 370만tCO2eq 임을 고려해 볼 때, 군사부문 배출량은 결코 누락 되어서는 안 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미국 국방부는 단일 조직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사용하고 있으며, 2001년 이래로 미국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77~80%를 국방부가 차지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하루에 사용하는 연료는 스웨덴, 스위스 같은 나라에서 사용되는 일일 연료 소비량을 능가한다.

Record High / Record Breaking

‘사상 최고’를 뜻하는 위의 표현은 요즘 해외 언론에서 자주 보게 되는 말이다. 우리는 날마다 이전에는 없었던 규모의 위험 소식을 접하거나 경험하고 있다. 기후변화 관련 전문가들의 연구나 보고서도 믿을 만하지 않다. 그들의 연구가 신뢰성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연구자들의 예측을 뛰어넘는 변수들이 발생하고 지구 시스템 수준에서의 변화는 더욱 빠르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에게 다가올 위험은 우리가 그동안 접한 자료들이 말하는 것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더욱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자료들이 축소되거나 누락되어 왔다는 사실은 기후비상사태에 대한 위기의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적응하는 데에 투입되는 예산은 전 세계의 국방예산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기후위기 캠페인들이 개인의 실천과 참여를 말한다. 공공기관에서 여름철과 겨울철 실내온도를 정해놓고 냉난방을 가동하도록 권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인지 진지하게 말하는 곳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기후변화로 인해 국가 간 갈등과 대립이 증가하고 있으며 극단적 이데올로기와 테러가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군사적 긴장도 높아지고 군사 부문 지출이 증가한다. 자연뿐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 부정적인 되먹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악의 순환을 끊지 않는 한 기후위기를 막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기후위기는 지금 인류가 함께 살아갈 방안을 모색하라고 최종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탐욕스러운 삶, 생명을 경시하는 삶, 권력과 힘을 추구하며 투쟁하는 삶에서 벗어나 서로 돕고 생명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평화를 이루는 삶을 살아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국가안보를 넘어 지구안보로 가기 위해서는 무기를 버리고 평화를 구축하는 일에 교회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평화는 녹색의 다른 이름이다.

2022.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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