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주원규/'조금은 다른 세상을 꿈꾸며'/주간기독교


김민태, 홍은미 연출 《학교 2021》


2021년 11월에서 시작해 2022년 1월까지 방영되었던 KBS2 수목 드라마 《학교》는 KBS가 일종의 브랜드 상품처럼 출시하던 학교 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이다. 드라마 《학교》는 KBS를 대표하는 공익과 화제성을 아우른 프랜차이즈 드라마와 같은 성격을 가졌다. 화제성 측면에서는 현재 방송과 연예계의 중심으로 선 청춘스타를 배출한 등용문이란 점에서 독보적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학교》는 공익적 측면에서도 무시 못 할 영향력을 발휘했는데, 한국의 특수한 입시 환경, 소외되기 쉬운 10대 안팎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 교육 제도와 인간다움에 관한 일종의 이야기로서의 윤리를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공익성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여덟 번째 시리즈로 선보였던 《학교 2021》은 여기에 시리즈 최초로 특성화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공익성을 아우르는 깊이를 더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로그라인 역시 이상하게 눈길을 끈다. 입시 경쟁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한 아이들. 모호한 경계에 놓인 열여덟 청춘의 꿈과 우정, 설렘의 성장기라는 지점이 그렇다.

이 로그라인이 독특한 점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최근 10대 이야기에서 배출되는 설렘을 기대하는 요소가 다분히 자극적이거나 지나치게 이상적인 점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받는 데 반해, 그와 비교해 보면 학교 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인 《학교 2021》은 신기할 만큼 리얼리즘의 편에 서 있으면서도 그 역시 신기할 만큼 충실한 10대 로맨스의 문법을 추구하고 있다.

전체 이야기는 묵직하면서도 그렇게까지 무겁지 않은 10대 로맨스의 선을 적절히 구축하고 있다. 어른들의 탐욕과 위선, 그들이 만들어가는 오염된 세상과 별개로 나름의 아픔과 슬픔도 품었지만, 꿋꿋하게 삶의 성장을 신의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세 명의 특성화고등학교 아이들의 청춘 로맨스가 또 하나의 이야기 축을 담당하고 있다.

무엇을 하든 멋져지고 싶지만, 재능이 조금은 모자란 기준(김요한 역), 그는 현재 눌지과학기술고등학교 건축디자인 학과에 다니며 돈을 버는 일이 급선무가 되었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상황이 다급해진 그에게 두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어릴 적부터 절친이었지만, 지금은 어색해진 영주(추영우 역), 역시 어릴 적 첫사랑이었지만 인정하고 싶진 않은 지원(조이현 역)이다. 집안 사정상 지원의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된 기준에게 지원은 제법 폼 나게 거리 두고 싶지만, 자꾸만 눈에 걸리는 묘한 친구로 자리 잡는다.

그런 기준을 바라보는 지원은 남들처럼 평범한 길을 걷길 거부하며 자신의 꿈을 추구하는 뚜렷한 소신의 소유자다. 집을 짓는 목수가 꿈인 그녀는 엄마의 결사반대를 무릅쓰고 설립자가 유명한 목수 출신이란 점에 주목, 눌지고에 입학해 하루빨리 현장에 나가 목수 기술을 배우려는 목표와 기대에 부푼 인물이다. 길이 없으면 스스로 만들어서라도 나가겠다는, 포기나 낙담이란 단어가 아예 입력되어 있지 않은, 오직 직진만을 위해 달려가는 지원을 수식하는 전부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예외적 존재가 ‘훅!’ 하고 들어온다. 초등학교 때 인연인 기준이다. 기준은 뭔가 불편하지만, 자꾸만 다시 보게 하는, 멎었던 설렘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특별한 존재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 필연적으로 스며든 존재인 영우가 있다. 기준과 누구보다 절친이었지만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있는 그의 눈에도 지원이 들어온다. 그로 인해 이 세 명의 10대는 통과의례처럼 겪는 사랑의 설렘과 아픔에 직면하며, 성장을 위한 한 걸음을 딛는다.

여기에 이야기의 또 한 축이 있는데, 바로 학교와 관련된 비밀이다. 영주의 형인 철주가 눌지고등학교 재학 시절 한 건설회사에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철주는 건설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했지만, 눌지고등학교는 철주가 아닌 철저히 건설회사의 편을 들었다. 내막을 알고 보니 눌지고등학교가 문제의 건설회사가 운영하는 재단 소속학교였기 때문이다. 학교 선생이자 건설회사의 감리사였던 강훈(전석호 역)은 회사의 낙후된 기계 교체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결국 이를 무시했고, 그로 인해 학생 철주가 사고를 당했기에 강훈이 법정 증언을 하게 된다. 이를 괘씸히 여긴 학교 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게 된 강훈, 이에 영주는 이강훈 선생의 부당 해고 과정이 담긴 회의록을 열람하기 위해 밤에 이사장실에 몰래 잠입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CCTV엔 영주가 아닌 기준이 목격된다. 이야기는 이후, 재단이 숨기고 있었던 비밀과 담합, 학생들을 돌보고 가르쳐야 할 학교의 우선 목표를 훼손해 왔음에 관한 고발의 이야기로 발전된다.

《학교 2021》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비교적 명징하며 그 시의적 메시지 또한 풍부하다.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특성화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고자 한다는 점이 그렇다. 입시제도의 모순, 경쟁 등을 다루거나 10대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는 많았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세상을 꿈꾸는 10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측면에서 《학교 2021》은 공익성과 화제성이란 KBS의 프랜차이즈 드라마 《학교》 시리즈의 정체성, 더 나아가 오늘 우리의 현실을 적절히 반영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아쉬운 것은 《학교》 시리즈 드라마의 후속편 소식이 더는 들려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극과 유행에만 함몰된 이야기 이외의 시도, 숨은 적이 없는데, 숨겨진 아이들과 같은 둔중한 주제의식을 추구하는 드라마의 지속적인 제작, 방영이 소중해지는 요즘이다.

2024. 07. 10 


출처 : 주간기독교(http://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2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