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하겠다는 마음
이인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연구실장,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본 글은 '필자와 <주간기독교>의 허락을 받아 공유함을 알려드립니다.'
*출처 : 주간기독교 (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2289)
이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The Game Changers)》에 별명을 붙인다면 다음의 두 가지일 것 같다. 첫째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채식주의자들에 의한, 채식주의자들의 영화. 둘째로는, 채식주의자를 더 많이 양산하기 위해 채식에 대해 다소 공격적 마케팅을 시도한 영화. 위의 두 별명은 달리 보면 이 작품에 대한 ‘한줄평’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미덕이라 한다면 환경 다큐멘터리로서의 적절한 무게감과 대중적 설득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작 이 영화를 단 하나의 장면으로 요약하라 하면 다름 아닌 이 스틸컷을 꼽아야 하리라.
채식주의에 대한 발상의 전환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그리고 영화보기를 마친 다음에도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느낌은 ‘참신하다’일 것이다. 그것은 이 영화가 ‘채식주의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꽤 드라마틱하게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중 압권은 《더 게임 체인저스》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이자 ‘힘’ 관련해 기네스북 기록을 지닌 파트릭 바부미안이 어떤 사람과 나눈 대화다. 파트릭은 붉은 고기는 물론이거니와 달걀과 우유도 멀리하는 ‘비건’인데, 그의 말은 이렇게 들린다. “황소도 비건이니, 나도 비건이다.”
여자도 몇 사람 나오긴 하나 근육질 남자들이 훨씬 더 많이 등장하는 《더 게임 체인저스》는 ‘채식=약함’이란 통념을 깨뜨리는 데에 주력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내레이션은 군인들에게 호신술을 가르치는 교관이자 과거 육식주의자였던 근육질 남성이 맡았는데, 영화 안에서 그는 자신의 육식 관련 통념은 물론이거니와 대다수 사람이 신뢰하는 ‘육식=강함’이라는 고정관념을 대단히 효과적으로 공격(!)한다. 물론 오해 없길 바란다. 이 공격은 때려 부수거나 파괴한다는 부정적 의미보다는 ‘유쾌, 상쾌, 통쾌한 전복(뒤집기)’에 가까우니까.
가만히 살펴보면 이 영화의 공격무기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1번 무기는 ‘학문’이다. 이 영화는 의학, 화학, 식품영양학, 경제학, 고고학 등을 활용해 채식의 유익성을 차근차근 입증해나간다. 2번 무기는 ‘사람’인데 천하장사 파트릭 말고도 사이클, 역도, 육상, 권투, 마라톤, 격투기, 미식축구 선수들이 다수 출연해 운동선수답게 씩씩하고 활발하게 채식의 강점을 웅변한다. 끝으로 3번 무기는 채식 관련 다양한 ‘실험’이다. 채식의 유익을 검증&입증하는 실험들이 많이 소개되지만 그중 육식보다 채식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을 더 높게 더 강렬하게 유지시켜 준다는 결과값을 산출한 실험도 있다. 이 실험에 참여한 남자청년들은 그 실험결과를 굉장히 재미있어했다. 그리고, 대체로 한결같은 체력과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소방관들이 단체로 채식 실험에 참가했다. 그들은 정해진 기간 동안 채식을 실천한 이후 자신들의 고혈압, 콜레스테롤, 당뇨 수치가 유의미하게 완화된 결과를 보고, 채식의 괴력과 매력을 동시에 느끼는 표정을 짓는다.
인간의 삶과 채식
《더 게임 체인저스》는 과거에 인류가 전반적으로 채식주의자들이었으며, 인체에 최적화된 식생활 방식은 사실상 채식이라는 데에 대한 고고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육식동물과 채식동물의 치아, 그리고 인간의 치아를 비교하면서 인간이 채식동물의 치아와 품질과 형태 면에서 훨씬 더 유사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아닌 게 아니라 꽤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인간이 육식에 적응하게 되었을까? 현대인에게 육식은 별다른 특별한 결심이 필요하지 않으며 언제 어디서나 접하기 쉽고 먹기도 쉬운 반면, 채식은 어쩌다가 ‘개인적 결심이 특별히 필요한’ 식생활 방식이 되었을까? 《더 게임 체인저스》는 동물성식품(우유 및 유제품과 달걀 포함)에 대한 자본주의사회에 속한 여러 산업계의 ‘경제적 협업(?)’에 의심의 눈길을 돌린다. 우선 동물성식품 생산자들은 자신들의 생산품을 많이 팔기 위해 지속적으로 광고하고, 그 광고를 뒷받침해줄 정치권과 학술적 연구 프로젝트에 돈을 댄다. 생산자들은 육식제품 판매고를 올릴 수 있어 좋고, 직업정치인들과 연구자들은 기금을 얻을 수 있어 좋다. 경제적 이득 면에서 볼 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수준이니, 상호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 협업은 계속된다. 육식제품 소비자들이 많아지면, 심장혈관 관련 질병들이 확률상 더 많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러면 그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의약품 제조산업이 더불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끝인가? 아니다. 동물성식품에 대한 다양한 홍보물과 의약품이 개발되면 그걸 대중에게 전달해주는 언론산업도 덩달아 활발히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주류 미디어 말고 소셜 미디어들도 대중적 영향력이 막강한지라, 수많은 인플루언서가 곳곳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배포하며 돈벌이 대열에 동참한 참이다. 그럼, 채식도 그런 식으로 경제적 협업집단을 형성하면 되지 않을까? 이게, 그리 쉽지 않다. 비근한 사례로, 육식&잡식 형태로 ‘많이많이 먹어치우는’ 숱한 먹방 채널들 속에서 채식 먹방은 인기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지구의 지속가능성과 채식
이 다큐멘터리에서 나는 두 가지 지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는 영화의 시작화면에 나오는 “이 영화에 나오는 의견들은 전문 의료지식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지닌 아이러니다. 장차 이 영화가 75분 동안 진짜 힘있게 몰아붙일 주력 메시지, 이른바 ‘공격적 채식 마케팅’에 정확히 상반될 뿐 아니라 ‘소심’해 보이기까지 한 표현이다. 왜 영화 자체의 메시지를 흐릴 수도 있을 만큼 이다지도 조심스러운 문구를 써야 했을까? 육식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배려일까? 그게 아니면 혹시 눈치 보기?
다음으로 두 번째는, 이 영화가 얼핏 나와 내 가족의 ‘건강한 삶’이라는 욕구충족 수준에서 채식 선택을 권하는 듯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실상 채식은 넓게 보면 ‘지구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보편적&윤리적 가치와 대의에 연결되어있는 식생활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심리학자 로렌스 콜버그(L. Kohlberg)의 도덕성 발달단계에 연결해보면, 채식은 도덕성 최고단계인 보편도덕원리로서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지향한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참고로 콜버그는 인간의 도덕성이 여섯 단계로 상승하듯 발달한다고 말했다. 1단계는 처벌이 무서워 도덕적 행동을 수행하는 도덕성, 2단계는 욕구충족을 위한 도덕성, 3단계는 사회적 평판과 대인관계를 고려하는 도덕성, 4단계는 법과 질서 및 사회적 권위를 존중하는 도덕성, 다음으로 5단계는 사회계약원리의 본질을 추구하는 도덕성이고, 최고수준인 6단계는 앞서 언급했듯 보편도덕원리를 따르는 도덕성이다. 그런데, 콜버그에 따르면 각 도덕성 단계를 구분하는 기준은 ‘겉으로 드러나는 도덕적 행위’가 아닌 까닭에 제 3자가 가타부타 판단할 수 없다는 데에 초점이 있다. 오직 자기 내면의 숨은 ‘마음의 동기’를 아는 이는 자기 자신뿐이기에, 자기 자신만이 자신의 도덕성을 정직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는 인간이 채식을 선택해야 하는 윤리적, 도덕적, 가치지향적 이유(목표)를 세 가지로 제시하며, ‘마음의 동기’를 불현듯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①건강한 삶, ②경제적 이윤만을 추구하는 육식산업 협업시스템에 대한 비판, ③기후위기와 생태계파괴에 시달리는 지구의 지속가능성, 이 세 가지 이유 중 영화는 건강한 삶에 우선 방점을 찍는다. 하지만 나머지 두 이유도 놓치지 않는다. 따라서 예민하고 섬세한 시청자는 이 지점을 포착할 수 있고, 성찰할 수 있다. 이 작품의 결론은 명백히, 인간이 채식을 통해 체력과 힘을 갖는 일도 물론 중요하나 (천하장사 파트릭이 말했듯) 정작 그 체력과 힘으로 ‘뭘 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는 지점을 향한다.
2023. 05. 24.
*기독인문학연구원: (www.io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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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하겠다는 마음
이인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연구실장,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본 글은 '필자와 <주간기독교>의 허락을 받아 공유함을 알려드립니다.'
*출처 : 주간기독교 (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2289)
이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The Game Changers)》에 별명을 붙인다면 다음의 두 가지일 것 같다. 첫째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채식주의자들에 의한, 채식주의자들의 영화. 둘째로는, 채식주의자를 더 많이 양산하기 위해 채식에 대해 다소 공격적 마케팅을 시도한 영화. 위의 두 별명은 달리 보면 이 작품에 대한 ‘한줄평’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미덕이라 한다면 환경 다큐멘터리로서의 적절한 무게감과 대중적 설득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작 이 영화를 단 하나의 장면으로 요약하라 하면 다름 아닌 이 스틸컷을 꼽아야 하리라.
채식주의에 대한 발상의 전환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그리고 영화보기를 마친 다음에도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느낌은 ‘참신하다’일 것이다. 그것은 이 영화가 ‘채식주의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꽤 드라마틱하게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중 압권은 《더 게임 체인저스》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이자 ‘힘’ 관련해 기네스북 기록을 지닌 파트릭 바부미안이 어떤 사람과 나눈 대화다. 파트릭은 붉은 고기는 물론이거니와 달걀과 우유도 멀리하는 ‘비건’인데, 그의 말은 이렇게 들린다. “황소도 비건이니, 나도 비건이다.”
여자도 몇 사람 나오긴 하나 근육질 남자들이 훨씬 더 많이 등장하는 《더 게임 체인저스》는 ‘채식=약함’이란 통념을 깨뜨리는 데에 주력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내레이션은 군인들에게 호신술을 가르치는 교관이자 과거 육식주의자였던 근육질 남성이 맡았는데, 영화 안에서 그는 자신의 육식 관련 통념은 물론이거니와 대다수 사람이 신뢰하는 ‘육식=강함’이라는 고정관념을 대단히 효과적으로 공격(!)한다. 물론 오해 없길 바란다. 이 공격은 때려 부수거나 파괴한다는 부정적 의미보다는 ‘유쾌, 상쾌, 통쾌한 전복(뒤집기)’에 가까우니까.
가만히 살펴보면 이 영화의 공격무기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1번 무기는 ‘학문’이다. 이 영화는 의학, 화학, 식품영양학, 경제학, 고고학 등을 활용해 채식의 유익성을 차근차근 입증해나간다. 2번 무기는 ‘사람’인데 천하장사 파트릭 말고도 사이클, 역도, 육상, 권투, 마라톤, 격투기, 미식축구 선수들이 다수 출연해 운동선수답게 씩씩하고 활발하게 채식의 강점을 웅변한다. 끝으로 3번 무기는 채식 관련 다양한 ‘실험’이다. 채식의 유익을 검증&입증하는 실험들이 많이 소개되지만 그중 육식보다 채식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을 더 높게 더 강렬하게 유지시켜 준다는 결과값을 산출한 실험도 있다. 이 실험에 참여한 남자청년들은 그 실험결과를 굉장히 재미있어했다. 그리고, 대체로 한결같은 체력과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소방관들이 단체로 채식 실험에 참가했다. 그들은 정해진 기간 동안 채식을 실천한 이후 자신들의 고혈압, 콜레스테롤, 당뇨 수치가 유의미하게 완화된 결과를 보고, 채식의 괴력과 매력을 동시에 느끼는 표정을 짓는다.
인간의 삶과 채식
《더 게임 체인저스》는 과거에 인류가 전반적으로 채식주의자들이었으며, 인체에 최적화된 식생활 방식은 사실상 채식이라는 데에 대한 고고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육식동물과 채식동물의 치아, 그리고 인간의 치아를 비교하면서 인간이 채식동물의 치아와 품질과 형태 면에서 훨씬 더 유사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아닌 게 아니라 꽤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인간이 육식에 적응하게 되었을까? 현대인에게 육식은 별다른 특별한 결심이 필요하지 않으며 언제 어디서나 접하기 쉽고 먹기도 쉬운 반면, 채식은 어쩌다가 ‘개인적 결심이 특별히 필요한’ 식생활 방식이 되었을까? 《더 게임 체인저스》는 동물성식품(우유 및 유제품과 달걀 포함)에 대한 자본주의사회에 속한 여러 산업계의 ‘경제적 협업(?)’에 의심의 눈길을 돌린다. 우선 동물성식품 생산자들은 자신들의 생산품을 많이 팔기 위해 지속적으로 광고하고, 그 광고를 뒷받침해줄 정치권과 학술적 연구 프로젝트에 돈을 댄다. 생산자들은 육식제품 판매고를 올릴 수 있어 좋고, 직업정치인들과 연구자들은 기금을 얻을 수 있어 좋다. 경제적 이득 면에서 볼 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수준이니, 상호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 협업은 계속된다. 육식제품 소비자들이 많아지면, 심장혈관 관련 질병들이 확률상 더 많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러면 그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의약품 제조산업이 더불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끝인가? 아니다. 동물성식품에 대한 다양한 홍보물과 의약품이 개발되면 그걸 대중에게 전달해주는 언론산업도 덩달아 활발히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주류 미디어 말고 소셜 미디어들도 대중적 영향력이 막강한지라, 수많은 인플루언서가 곳곳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배포하며 돈벌이 대열에 동참한 참이다. 그럼, 채식도 그런 식으로 경제적 협업집단을 형성하면 되지 않을까? 이게, 그리 쉽지 않다. 비근한 사례로, 육식&잡식 형태로 ‘많이많이 먹어치우는’ 숱한 먹방 채널들 속에서 채식 먹방은 인기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지구의 지속가능성과 채식
이 다큐멘터리에서 나는 두 가지 지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는 영화의 시작화면에 나오는 “이 영화에 나오는 의견들은 전문 의료지식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지닌 아이러니다. 장차 이 영화가 75분 동안 진짜 힘있게 몰아붙일 주력 메시지, 이른바 ‘공격적 채식 마케팅’에 정확히 상반될 뿐 아니라 ‘소심’해 보이기까지 한 표현이다. 왜 영화 자체의 메시지를 흐릴 수도 있을 만큼 이다지도 조심스러운 문구를 써야 했을까? 육식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배려일까? 그게 아니면 혹시 눈치 보기?
다음으로 두 번째는, 이 영화가 얼핏 나와 내 가족의 ‘건강한 삶’이라는 욕구충족 수준에서 채식 선택을 권하는 듯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실상 채식은 넓게 보면 ‘지구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보편적&윤리적 가치와 대의에 연결되어있는 식생활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심리학자 로렌스 콜버그(L. Kohlberg)의 도덕성 발달단계에 연결해보면, 채식은 도덕성 최고단계인 보편도덕원리로서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지향한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참고로 콜버그는 인간의 도덕성이 여섯 단계로 상승하듯 발달한다고 말했다. 1단계는 처벌이 무서워 도덕적 행동을 수행하는 도덕성, 2단계는 욕구충족을 위한 도덕성, 3단계는 사회적 평판과 대인관계를 고려하는 도덕성, 4단계는 법과 질서 및 사회적 권위를 존중하는 도덕성, 다음으로 5단계는 사회계약원리의 본질을 추구하는 도덕성이고, 최고수준인 6단계는 앞서 언급했듯 보편도덕원리를 따르는 도덕성이다. 그런데, 콜버그에 따르면 각 도덕성 단계를 구분하는 기준은 ‘겉으로 드러나는 도덕적 행위’가 아닌 까닭에 제 3자가 가타부타 판단할 수 없다는 데에 초점이 있다. 오직 자기 내면의 숨은 ‘마음의 동기’를 아는 이는 자기 자신뿐이기에, 자기 자신만이 자신의 도덕성을 정직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는 인간이 채식을 선택해야 하는 윤리적, 도덕적, 가치지향적 이유(목표)를 세 가지로 제시하며, ‘마음의 동기’를 불현듯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①건강한 삶, ②경제적 이윤만을 추구하는 육식산업 협업시스템에 대한 비판, ③기후위기와 생태계파괴에 시달리는 지구의 지속가능성, 이 세 가지 이유 중 영화는 건강한 삶에 우선 방점을 찍는다. 하지만 나머지 두 이유도 놓치지 않는다. 따라서 예민하고 섬세한 시청자는 이 지점을 포착할 수 있고, 성찰할 수 있다. 이 작품의 결론은 명백히, 인간이 채식을 통해 체력과 힘을 갖는 일도 물론 중요하나 (천하장사 파트릭이 말했듯) 정작 그 체력과 힘으로 ‘뭘 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는 지점을 향한다.
2023. 0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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