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윤 연출 《레이스》
2023년에 공개된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레이스》에 관해 다수의 관계자는 오피스물 드라마의 봉우리라고 할 수 있는 《미생》과 비교하곤 한다. 《미생》에 비해 극적 긴장감, 혹은 핍진성이 충족되는지 아니면 미흡한지에 관한 여부를 논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 《레이스》를 《미생》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필자가 《레이스》에 주목한 이유는 단순하다. ‘소통’에 관한 문제에 제대로 접근한다는 데 있어서 이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레이스》는 결국 소통, 그중에서도 직장인들 사이, 더 범위를 좁혀보면 2023년의 오늘, 대기업이란 조직 산하에서 상사와 부하 직원, 부서 간 소통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다.
대기업의 ‘을’이라 할 수 있는 대행사에서 일하다가 대기업 블라인드 채용에 합격한 윤조(이연희 역)는 대기업이란 조직 체계에서 크고 작은 여러 상황을 겪는다. 그러면서 규모가 크고 다변화된 기업 조직일수록 상하는 물론이고, 수평적 부서 내에서조차 얼마나 소통이 막혀 있는지 발견하는 경험을 극 중 주인공 윤조는 적나라하게 실감한다. 문제의 핵심엔 보고 체계를 신성시하는 대기업의 풍토가 자리 잡혀있다. 대기업은 일사불란하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기업 가치의 최우선 덕목으로 삼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계란 이름으로 소통은 단절된다.
자신이 홍보하고 마케팅해야 할 제품이 판매 부진에 빠진 것을 두고 건강한 고민을 거듭하던 윤조가 브랜드 정체성, 곧 BI의 전면 개편을 제안했지만, 그녀의 제안은 보고 체계의 일관성을 무시한 치기 어린 도발 정도로 취급되어 비판의 대상이 된다. 직급에 있어서 상위 결정자에 속한 정수환 실장(김종태 역)이 보여주는 정도 이상의 흥분은 정작 판매 부진의 진짜 패착이 그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언급조차 하지 못하는 소통 불가의 현실로 이어진다. 더욱이 이 부서가 홍보를 맡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기업에서 대내, 대외 소통을 맡은 ‘홍보’라는 부서의 이야기를 다룬 흐름에서 오히려 가장 첨예하게 체계 우선주의의 모순과 더불어, 기성세대 꼰대와 젊은 세대 사이의 매끄럽지 못한 소통의 문제가 불거지는 모습이 그렇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했다면 그 문제 제기의 동기와 타당성을 살피기도 전에, 상사는 제기한 당사자가 단지 ‘대리’라는 이유만으로 격분하고 그녀가 하는 어떤 말도 제대로 전해 듣지 않으려 한다.
드라마 《레이스》는 이러한 소통 불능의 조직 문화에서 작지만, 파급력 강한 숨구멍을 열어 보인다. PR전문가로 대기업에 스카우트 되어 온 구이정(문소리 역)의 역할로 인해 강고한 대기업의 체계 구조에 건강한 균열이 시작된다. 주인공 박윤조가 내놓은 개편안을 이사회에 보고한 구이정은 줄 세우기에만 능한 반대편 임원들에게 막말까지 듣는 수모를 겪지만, 진정한 책임을 지면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는 직원들이 많아지는 조직에서 더욱 투명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자신만의 신념을 관철해낸다. 하지만, 드라마를 볼수록 구이정의 사이다 매력이 어쩌면 아직은 드라마에서만 유효한 건 아닌지 하는 뒷맛을 느끼게 한다. 반면에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대기업과 다르게 작은 규모의 홍보대행사는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직원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애쓴다. 보수 문제로 고민하는 직원에게 임금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홍보대행사 대표(정윤호 역)는 탄력적 인센티브제를 고안해낸다. 이러한 개선 방안이 일방적이지 않은 이유는 직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직급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대기업의 현실은 그와 정반대로 굳어져 가고 있다. 겉으로는 원만하고 무리 없는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사내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은 더 심화하고 있다.
드라마 《레이스》는 소통의 붕괴와 이를 복원하는 희망을 염원하는 드라마다. 《레이스》는 작은 홍보대행사에서 보여준 매끄러운 소통도 결국, 대기업과의 갑을관계 앞에서는 힘을 잃는 현실을 놓치지 않고 해부하듯 보여준다. 그렇기에 소통은 전반적인 대한민국 사회, 조직 문화 전체가 주목해야 할 문제점이지, 우리 조직만 말끔하게 소통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란 생각 역시 순진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결국, 《레이스》는 오늘 우리 사회의 소통은 조직 안팎에서 전방위적으로 성찰해야 할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체 이야기를 통해 호소하듯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소통에 있어서 만큼은 분명한 질문을 던졌다고 확신할 수 있겠다.
출처 : 주간기독교(http://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2332)
2023. 06.21
이동윤 연출 《레이스》
2023년에 공개된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레이스》에 관해 다수의 관계자는 오피스물 드라마의 봉우리라고 할 수 있는 《미생》과 비교하곤 한다. 《미생》에 비해 극적 긴장감, 혹은 핍진성이 충족되는지 아니면 미흡한지에 관한 여부를 논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 《레이스》를 《미생》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필자가 《레이스》에 주목한 이유는 단순하다. ‘소통’에 관한 문제에 제대로 접근한다는 데 있어서 이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레이스》는 결국 소통, 그중에서도 직장인들 사이, 더 범위를 좁혀보면 2023년의 오늘, 대기업이란 조직 산하에서 상사와 부하 직원, 부서 간 소통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다.
대기업의 ‘을’이라 할 수 있는 대행사에서 일하다가 대기업 블라인드 채용에 합격한 윤조(이연희 역)는 대기업이란 조직 체계에서 크고 작은 여러 상황을 겪는다. 그러면서 규모가 크고 다변화된 기업 조직일수록 상하는 물론이고, 수평적 부서 내에서조차 얼마나 소통이 막혀 있는지 발견하는 경험을 극 중 주인공 윤조는 적나라하게 실감한다. 문제의 핵심엔 보고 체계를 신성시하는 대기업의 풍토가 자리 잡혀있다. 대기업은 일사불란하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기업 가치의 최우선 덕목으로 삼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계란 이름으로 소통은 단절된다.
자신이 홍보하고 마케팅해야 할 제품이 판매 부진에 빠진 것을 두고 건강한 고민을 거듭하던 윤조가 브랜드 정체성, 곧 BI의 전면 개편을 제안했지만, 그녀의 제안은 보고 체계의 일관성을 무시한 치기 어린 도발 정도로 취급되어 비판의 대상이 된다. 직급에 있어서 상위 결정자에 속한 정수환 실장(김종태 역)이 보여주는 정도 이상의 흥분은 정작 판매 부진의 진짜 패착이 그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언급조차 하지 못하는 소통 불가의 현실로 이어진다. 더욱이 이 부서가 홍보를 맡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기업에서 대내, 대외 소통을 맡은 ‘홍보’라는 부서의 이야기를 다룬 흐름에서 오히려 가장 첨예하게 체계 우선주의의 모순과 더불어, 기성세대 꼰대와 젊은 세대 사이의 매끄럽지 못한 소통의 문제가 불거지는 모습이 그렇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했다면 그 문제 제기의 동기와 타당성을 살피기도 전에, 상사는 제기한 당사자가 단지 ‘대리’라는 이유만으로 격분하고 그녀가 하는 어떤 말도 제대로 전해 듣지 않으려 한다.
드라마 《레이스》는 이러한 소통 불능의 조직 문화에서 작지만, 파급력 강한 숨구멍을 열어 보인다. PR전문가로 대기업에 스카우트 되어 온 구이정(문소리 역)의 역할로 인해 강고한 대기업의 체계 구조에 건강한 균열이 시작된다. 주인공 박윤조가 내놓은 개편안을 이사회에 보고한 구이정은 줄 세우기에만 능한 반대편 임원들에게 막말까지 듣는 수모를 겪지만, 진정한 책임을 지면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는 직원들이 많아지는 조직에서 더욱 투명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자신만의 신념을 관철해낸다. 하지만, 드라마를 볼수록 구이정의 사이다 매력이 어쩌면 아직은 드라마에서만 유효한 건 아닌지 하는 뒷맛을 느끼게 한다. 반면에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대기업과 다르게 작은 규모의 홍보대행사는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직원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애쓴다. 보수 문제로 고민하는 직원에게 임금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홍보대행사 대표(정윤호 역)는 탄력적 인센티브제를 고안해낸다. 이러한 개선 방안이 일방적이지 않은 이유는 직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직급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대기업의 현실은 그와 정반대로 굳어져 가고 있다. 겉으로는 원만하고 무리 없는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사내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은 더 심화하고 있다.
드라마 《레이스》는 소통의 붕괴와 이를 복원하는 희망을 염원하는 드라마다. 《레이스》는 작은 홍보대행사에서 보여준 매끄러운 소통도 결국, 대기업과의 갑을관계 앞에서는 힘을 잃는 현실을 놓치지 않고 해부하듯 보여준다. 그렇기에 소통은 전반적인 대한민국 사회, 조직 문화 전체가 주목해야 할 문제점이지, 우리 조직만 말끔하게 소통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란 생각 역시 순진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결국, 《레이스》는 오늘 우리 사회의 소통은 조직 안팎에서 전방위적으로 성찰해야 할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체 이야기를 통해 호소하듯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소통에 있어서 만큼은 분명한 질문을 던졌다고 확신할 수 있겠다.
출처 : 주간기독교(http://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2332)
2023. 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