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로젝트: 기후 위기 시대의 기독교] 교회가 위험을 소통하는 방식은?


교회가 위험을 소통하는 방식은?


김신영 (기독교환경교육센터 부소장)


*본 글은 '필자와 <주간기독교>의 허락을 받아 공유함을 알려드립니다.'

*출처 : 주간기독교 (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2334)


 지난 6월 둘째 주에 캐나다 400여 곳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인해 캐나다와 미국의 동부 지역에 대기질이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글쓴이가 살고 있는 뉴저지에서는 화요일 오후부터 약간의 타는 냄새와 함께 대기질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목요일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350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금요일에는 대기질이 나아지기 시작했고 이 글을 적고 있는 6월 10일 토요일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50~70 사이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동부, 특히 맨해튼이 어둡고 짙은 황색의 미세먼지로 덮인 사진은 아마도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보았을 정도로 자주 소개되었다. 언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의 기사를 내보냈다. ‘캐나다의 산불 연기가 뉴욕시티를 완전 덮어버렸다’, ‘오늘 뉴욕시티는 전 세계에서 공기가 가장 나쁜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대기오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도시가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이번 일에서 강조된 것은 대기오염이라기 보다는 짙은 미세먼지가 덮어버린 뉴욕시티였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 때문에 산불의 강도와 빈도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산불로 인해 발생한 연기는 폐질환 및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들, 어린이와 노인에게 좋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행동요령으로는 대기질을 모니터링하며 집안에 머물 것, 실내에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공기 청정기를 작동시켜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효과적으로 낮출 것. 마스크를 쓸 것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캐나다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19.6t CO2 eq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10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의 국가라는 사실을 언급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WHO에 따르면, 매년 대기오염으로 조기사망하는 사람은 700만 명으로 흡연으로 인한사망자(600만 명)보다 많다. 그래서 미세먼지는 이미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릴 만큼 심각한 환경문제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 기술업체 아이큐에어(IQAir)는 지난 2023년 3월 14일에 World Air Quality Report 2022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를 실시한 131개 국가 중 13개국만이 세계보건기구(WTO)의 지침인 연평균 PM2.5 농도 5㎍/㎥ 이하를 충족했다. 세계 주요 도시들의 대기오염도를 보여주는 그림1은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이미 심각한 대기오염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경험하는 대기오염의 위험은 일상적이며 주목 받지 못한다. 그들이 처한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위험은 뉴욕이 일시적으로 경험한 사나흘의 대기오염보다 덜 다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세먼지 관련 논의가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본격화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의 대기질이 급격하게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1986년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09 정도였다. 1990년대의 서울 미세먼지 수준은 멕시코시티와 비슷했으며, 당시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현재 수준의 여섯 배 정도에 달했다. 하지만 버스에서도 흡연이 가능하던 그 시기에 초미세먼지는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위험에 대한 인식은 위험을 발견하고 측정하는 기술과 함께 위험에 대한 소통 방식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시민들은 위험에 대한 인식을 경험적으로 갖기도 하지만 대부분 언론 매체를 통해 위험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는다. 그래서 위험은 특정 프레임에 따라 생산되고 확산하는 성질이 있다. 미세먼지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언론은 중국의 책임을 강하게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은 30~40% 수준이며 오히려 50% 이상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하며 한국형 원전의 수출 증대의 기회로 삼으려 했다. 한편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둔 일본의 고위 관료는 “한국 월성 원전의 트리튬(삼중수소) 배출량이 과거 후쿠시마 원전의 14배에 이른다”고 주장하며 일본의 방사능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위험 인식이 과장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는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 수많은 기술이 우리의 삶을 편안하고 풍요롭게 해준 면도 있지만우리는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다. 환경과 관련된 위험은 우리에게 느린 속도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고, 여러 요소와 복잡하게 중첩되어 경험되는 일이 더 많다. 그래서 개인이나 비전문가들은 이러한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전달받는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환경, 기후, 위험 등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어떤 위험들은 이미 존재하던 것이었으나 특정 사람들이 겪게 되는 경우 다루어질 때가 있고, 어떤 위험들은 비정치적, 개인적 차원에서만 다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위험은 굉장히 정치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위험에 대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에 노출되는 게 더 ‘시급한’ 위험이 되거나, 언론에 노출되는 피해자들이 더 ‘중요한’ 피해자가 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논의되고 반영되는 숙의민주주의가 필요하고, 또 과학적 담론과 정책결정 과정에 시민들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교회는 현대 사회의 위험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코로나가 창궐할 당시, 종교행사와 관련된 방역 당국 입장과 교회 사이의 갈등은 교회의 입장이 사회적 기준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당시 교회는 위험 문해력의 결핍으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기후위기 시대에 교회는 소통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하나님과의 소통, 교회 내에서의 소통, 그리고 사회와의 소통을 균형 있게 이루어가야 한다. 전통적인 용어로 하자면 기도, 성도 간의 교제, 선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소통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전제할 때 교회 안에 다양한 청중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나 탈핵 논의에 있어서 한국교회가 보이는 신학적 차이와 정치이념적 차이는 이러한 소통을 방해하고 한국교회의 연대와 통합을 저해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 내의 목회자 중심, 남성 중심, 장년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오늘날 생태논의는 창조신앙만을 가지고 논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창조신앙이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창조신앙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의미를 오늘날의 생태적 담론들과 함께 논의하기 위한 가능성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신앙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신앙을 가지고 시대의 물음에 응답할 수 있는 책임과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학적, 정치적 유연성은 한국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음성과 시대적 요청에 더욱 책임 있게 만들 것이다.

2023. 0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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