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주원규/우리들의 블루스, 우리 시대의 블루스/주간기독교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 연출 《우리들의 블루스》

 

19세기 중엽, 미국 노예 해방 선언 이후 미국으로 넘어온 미국 남부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즐겨 부르던 ‘블루스’는두말할 것도 없이 민초의 노래다.

2022년 4월에서 6월 사이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바로 이러한 서민의 일상, 우리의 삶에 필연적으로 녹아내린 애환의 정수와 단면을 드러낸 드라마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시간이 지나도 사람이란 존재가 품고 있는 태생적 지질함을 지닌 캐릭터를 여과 없이 쏟아내면서도 사람을 향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는 노희경 작가에 의해 탄생한 이 드라마는, 드라마 제목 그대로 우리네 부박한 삶을 위무하는 한 편의 블루스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는 다소 생소한 형식인 옴니버스 스타일로 전개된다. 우리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지만, 그 삶의 숨결은 각자 영겁의 구렁처럼 감출 법한 평범하지만 특출난 캐릭터들 간의 다양한 이야기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구성한다. 다양한 색깔을 머금은 소재를 주제로 각 캐릭터 간의 구성된 이야기는 우리네 삶의 현실을 높은 밀도의 핍진성으로 다루면서도 동시대 시청자들의 공감대 유발에 적절성을 유지하여 삶의 깊이를 담아냈다는 평을 받을 만해 보인다.

한수와 은희의 이야기 우리 사회, 중년이지만 쉽게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의 감성을 꽤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드라마의 도입부에 아련하고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상처만 남은 채로 떠나보내는 첫사랑과 그래도 그 속에 자리 잡은 우정, 따뜻한 온기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줬다. 은희와 미란의 조화는 여자들의 의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데 일조했다. 둘은 몇십 년간 켜켜이 쌓인 오해와 갈등으로 인해 봉합될 수 없을 것처럼 대판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둘만의 힘으로 이를 풀어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피하고 싶을 만큼 적나라한 진솔함을 담고 있어 쉽게 외면할 수 없는 공감을 끌어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쉽지 않은 이야기가 뒤따른다. 10대의 임신이란 다소 민감한 사회적 이슈일지도 모를 이야기, 정현(배현성 분)과 영주(노윤서 분)의 이야기는 영주의 아버지 정인권(김인권 분)과 방호식(최영준 분)의 우정 이야기와 하나의 씨줄과 날줄의 서사 구조로 진행되면서 전체적인 가족 간의 애착으로 발전되어 밀도를 높였다. 더욱이 10대 임신을 뉴스 기사에서만 접하며 알게모르게 비난과 외면 내지는 무관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우리 사회의 소외된 단면을 이야기의 중심에 포진함으로써 10대의 사랑과 임신, 그리고 10대가 선택하는 사회를 향한 작은 외침을 큰 울림으로 우리네 삶의 문제로 치환해 냈다.

여기에 많은 화제를 모은 깊은 우울증에 빠진 선아(신민아 분)의 이야기 역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우울증에 관한 사회적 시각, 여전히 잔류해 있는 우울증을 비정상적 범주로 이해하는 태도를 꼬집으며 생각할 여운을 주었다. 물론 이 생각의 여진엔 선아를 묵묵히 바라보며 위로하고 응원하는 동석(이병헌 분)의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와 함께 드라마의 백미는 장애인 가족을 둔 한 인물 영옥(한지민 분)의 지나칠 만큼 솔직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연기, 그에 부합하는 영옥의 쌍둥이 언니 영희(정은혜 분)의 다운 증후군 이야기를 꼽을 수 있겠다. 실제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는 당사자이기도 한 정은혜 배우의 더없이 분명하게 현실감을 더하는 연기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많은 직, 간접적인 아픔과 편견에 시달려야 했는지를 처절하리만치 사실적으로 보여주어 깊은 여운을 남겼다. 물론 지나치게 위악적으로 장애인 가족의 현실을 묘사했다는 일부의 부정적 평도 있지만, 영희 역할을 감당한 정은혜 배우가 준비한 그림 전시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쌍둥이 동생 영옥의 모습을 담은 한 장면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과 먹먹함을 전달해주기에 충분했다.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난 뒤 가만히 곱씹어보니 다음과 같은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모두 어쩌면 삶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자기 삶의 주인이란 사실 말이다. 단지 이 명제가 지나치게 상투적이라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았는지도 모른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며 어쩌면 애써 잊고 지냈던 삶의 주인공으로서의 ‘나’를 때론 잔잔하거나 때론 격하게 위로하고 다독여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보게 되었다. 삶은 살아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기에 그렇다.

출처 : 주간기독교(https://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2274)

2023. 0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