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로젝트: 기후 위기 시대의 기독교] 생태적인 지혜를 발굴하기


생태적인 지혜를 발굴하기


김신영 (기독환경교육센터 부소장)


*본 글은 '필자와 <주간기독교>의 허락을 받아 공유함을 알려드립니다.'

*출처 : 주간기독교 (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2479)

 

도시의 하늘에서 별을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오늘날 어린이들과 청년들은 매우 발달한 과학적 도구를 통해 촬영된 영상과 이미지로 우주를 보고 배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이 보여주는 먼 우주의 모습은 내가 예전에 책에서 보던 그림이나 사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과 우주에 대한 지식의 증가가 사람들이 우주를 느끼고 상상할 기회를 풍부하게 해준다고 할 수 없다.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우주를 상상하고 느끼기보다는 인터넷에 접속하여 우주 망원경과 우주 탐사선이 전송한 고화질의 이미지를 보며 감탄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그리고 우주에 대한 상상력은 이제 과학기술의 결과물에 의해 대체되어버렸다. 어릴 때 부모님이 사주신 아주 조악한 망원경을 가지고 달을 살펴보고는 했다.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던 달의 거친 표면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해주지 못하던 것을 다양한 이야기들이 채우고 있었다.

인류는 하늘과 땅의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며 다양한 생태적이고 전통적인 지식들을 구성해왔고 이는 대대로 전수되었다. 이러한 토착 지식들은 지역의 문화와 생태계를 반영하면서 그들 고유의 문화적, 도덕적, 종교적 특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분야는 민속 식물학(ethnobotany), 민속 동물학(ethnozoology), 민속 약리학(ethnopharmacology), 민속 토양학(ethnopedology), 민속 수의학(ethnoveterinary medicine), 민속 천문학(ethnoastronomy) 등이 있다. 그러나 계몽주의의 발흥 이후 이성과 과학을 중시하는 서구의 학문 체계는 토착 지식을 원시적이고 비과학적인 것으로 무시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과학지식이 전통 생태지식을 무시한 결과는 인류의 진보보다는 다양한 지식과 문화의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전통 생태지식은 특정 지역의 기후, 토양, 물, 식생, 동물에 대한 경험과 정보를 담고 있으며, 또한 인간과 이웃해 살아가고 있는 비인간 존재들 사이의 관계적, 도덕적, 종교적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전통 생태지식이 원시적이고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무시되고 주변화되면서 그것이 가지고 있던 문화적이고 종교적인 가치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전통 생태지식에 의존하여 살아온 사람들이 그들의 삶과 전통에 대한 근거를 잃게 된다는 것은 곧 그들의 언어, 문화, 생활 방식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잃게 되는 것은 단지 특정 부족이나 민족들의 삶의 방식이 아니다. 우리가 그들의 삶의 방식과 전통지식을 무시하게 될 때, 우리는 그들의 지혜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경험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Rodrigo Cámara-Leret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2021년에 발표한 논문 「Language extinction triggers the loss of unique medicinal knowledge」를 통해 인류가 언어를 상실하게 될 때, 고유한 의학지식도 함께 잃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저자들은 지구상에서 한 언어가 사라질 때 그 언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는 약용식물에 대한 지식도 잃게 된다고 말한다. 연구진이 세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연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약용식물 12,495종 가운데 75% 이상이 언어적으로 고유한, 즉 한 가지 언어로만 알려진 약용식물”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21세기 말까지 토착 언어의 최대 30%가 멸종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류의 의약 발견 능력은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환경 개발 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UNCED)는 전통 생태지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삼기 시작하였다. 전통 생태지식은 어느 특정 지역의 지식이나 전통에 제한되지 않는다. 언어와 민족이 다양한 만큼,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전통 생태지식이 식물이나 동물에 대한 지식, 민화, 속담, 상징, 의례 등의 모양으로 지역마다 존재하고 있다.

우리 전통에서는 땅, 산, 물의 지리적 조화를 강조하며 풍수를 중시해 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시, 사찰, 집, 심지어 무덤과 같은 중요한 위치를 결정할 때 풍수를 고려했다. 현대인들에게 풍수는 오랫동안 미신으로 여겨져 왔지만, 전통 생태지식의 관점에서 풍수를 새롭게 보려는 시도들을 주목해 볼 만하다. 최근 연구들은 풍수를 햇빛, 바람, 물의 순환, 그리고 토양과 같은 자연적 특징을 포함하는 전통 생태지식의 하나로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풍수가 물을 모으고 바람을 막는 것을 강조한다는 사실은 과거 사람들이 어떻게 자연조건을 해석하고 농업에 적용했는지를 보여준다. 전통 생태지식이 전래되는 과정에서 미신적인 언어와 논리가 더해지고 사람들의 가치관과 욕망이 투영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미신적이고 원시적이라고 해서 무시하는 것은 오히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생물자원 활용 방안을 전통 생태지식에서 발굴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고문헌이나 전통지식을 가지고 선조들이 생물을 활용한 지식을 발굴하고 있다. 집성촌을 위주로 현장연구도 하고 고문헌도 조사한다. 이러한 작업이 정부 차원에서 진행된 것은 “나고야 의정서(Nagoya Protocol)”때문이다. 이 의정서의 정식 명칭은 “생물다양성협약 부속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과 유전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The Nagoya Protocol on 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the Fair and Equitable Sharing of Benefits Arising from their Utilization(ABS) to the CBD)”인데, 2010년 10월 29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되었으며, 2014년 10월 12일 발효하였다.

나고야 의정서에 따라 유전자원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은 제공국의 사전통보승인에 따라야 하며, 상호합의조건에 따라 제공국과 유전자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해야 한다. 다시 말해,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의 고유종 혹은 고유 생태지식을 가지고 신약을 개발하여 큰 이익을 얻게 되었을 경우, 그 이익을 우리나라와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 생태지식에 대한 조사와 데이터 구축이 비록 경제적인 이유에서 추진되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생물 다양성 및 문화적 다양성의 손실을 예방하는 데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고대인들은 별의 운동, 계절적 변화, 농어업 그리고 동물의 이동 등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여겼다. 그리고 그들은 이러한 우주적 변화와 리듬에 따른 삶을 살아갔다. 이들은 그들의 삶이 우주의 한 부분이며, 우주와 함께 그리고 동료 피조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전통 생태지식에 무관심해졌을 뿐 아니라 그러한 삶의 방식으로부터도 멀어졌다. 고대인들은 우주 안에 살았지만, 현대인들은 우주 밖으로 벗어났으며 더 이상 우주 안에 살고 있지 않다. 과거인들은 우주 안에 살았지만, 현대인들은 마치 우주 밖에서 우주를 관망하는 존재처럼 살아가고 있다. 전통 생태지식에 대한 발굴 작업도 기후 위기 시대를 위한 지혜를 얻기 위해서 보다는 주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지식은 다른 가능성을 제한하고 정신의 단일문화를(monoculture of the mind) 구성함으로써 현대의 우상숭배 방식이 되어 버렸다. 그 결과 인간은 자연을 과도하게 착취하고 우주 안에서 다른 피조물들과 조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법을 상실하고 말았다. 하지만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는 서구가 무엇이 참된 지식인지 규정하고 진리의 체제를 결정하기 위해 서양과 ‘나머지’ 다른 세계를 분리해왔다고 비판하며, 지식의 다원화와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한국 기독교 안에 생태위기와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과 목소리가 증가하고 있지만, 그리스도인들의 관심과 목소리는 여전히 인간중심주의와 과학 지식에 주로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교회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가 지켜 온 교리나 전통과는 다소 다르더라도 다양한 목소리와 이야기를 듣고 그 안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어야 하며, 또 한편으로는 교회와 신학의 역사 속에서 생태적인 지혜를 발굴하는 일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2023. 09. 06


*기독인문학연구원: (www.ioch.kr)

*기독인문학연구원 후원자 혜택 바로가기: (http://www.ioch.kr/25)